본문 바로가기
728x90
SMALL

좋은 글2

쫌 쫌 쫌 - 이승희 지루해지루해 죽을 것 같다고 오후 두 시의 태양이 갑자기 떠나버렸다. 나는 아직 권총을 구하지 못했고, 권총 구입이라는 네이버 검색어에서 묻혀온 바이러스는 온 몸에 물집을 만들더니 풍선처럼 가벼워져서 펑펑 터졌다. 두 시가 없어도 그랬다. 쫌 제발, 잘못 살아서 미안하다는 말 따위 하지 마. 지겨워, 저 나무와 망할 꽃 이야기도 이제 쫌 쫌 쫌. 지겨우면 다 떠나는 거야. ​ ​ ​ 평화는 평화롭지 않잖아. 벼랑이 없는 평화 속에서는 맨드라미도 피지 않는다는 거 알잖아. 누군가 평화로웠다면 그것은 불안했기 때문이야. 평화는 곧 끝장날 때만 평화로운 거잖아. 내 몸에 새겨진 당신을 오려내면 당신보다 많은 내가 잘려나가 두 시의 태양이 없이도 저녁은 오지. 태양을 물고 사라진 계절에 대해, 당신이 적선하듯 .. 2021. 1. 22.
에밀 아자르 -자기 앞의 생 p 61 ​ 내가 경험한 바로는, 사람이란 자기가 한 말을 스스로 믿게 되고, 또 살아가는 데는 그런 것이 필요한 것 같다. 철학자 흉내를 내느라고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니다.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. ​ ​ ​ p 62 ​ 하여튼 그 사건이 내 감정을 건드렸고, 나는 너무 열이 올랐다. 그런 감정은 내 속에서 치밀어오른 것이었고, 그래서 더욱 위험했다. 발길로 엉덩이를 차인다든가 하는 밖으로부터의 폭력은 도망가버리면 그만이다. 그러나 안에서 생기는 폭력은 피할 길이 없다. 그럴 때면 나는 무작정 뛰쳐나가 그대로 사라져버리고만 싶어진다. 마치 내 속에 다른 녀석이 살고 있는 것 같았다. 나는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울부짖고 땅바닥에 뒹굴고 벽에 머리를 찧었다. 그러나 소용없었다... 2021. 1. 22.
728x90
LIST